그까이꺼, 일도 아니지!
결혼 전 남편의 꿈은
‘가정주부 겸 셔터맨’
결혼 전 나의 꿈은
‘내 사무실을 가진 글 쓰는 사장’
사장과 셔터맨
만약 꿈대로 이루어졌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
그러나 현실은-
남편은 밤 낮 없이 운전해야 하는
버스 운전기사
나는 광고 글을 쓰는 일개 사원
오랫동안 바라왔던 남편의 재취업이
성공했다. 그러나 마음이 복잡하다.
분명 간절히 원했던 일이 맞는데,
새벽에 일어나 눈 비비며 현관을 나서는
남편을 보니 다시 또 마음이 답답하고 걱정된다.
한 동안 퇴근하면 집에서 들렸던
시끌벅적한 소리가 고요해지고
게임을 하던 남편의 흔적이 사라졌다.
이젠 퇴근해도 네가 없고,
주말에도 잘 볼 수 없겠지.?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있잖아……….
우리 지금 이거 잘 살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가족인데,
일하는 시간은 너무 길고 정작 서로
볼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잖아.
억만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뭔가 조금 서글프지 않아? “
남편이 답했다.
“그러네..”
“갑자기 매일 매일이 너무 지친다.
쳇 바퀴 도는 것 같아. 이렇게 일해도
결국 돈은 주먹 속
모래알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데..
평생 이렇게 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되고 무섭고..“
“그러게..”
평소의 남편이라면 내가 ‘아 그러네!’
할 만한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겠지만,
그 날은 남편의 하루가 정말 고단했는지
동조만 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삶에게
계속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단 몇 시간 가족을 보는 현실
과연 이게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현실이
언젠가 분명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내가 삶에게 묻자,
삶이 내게 답했다.
“ 그러게.. 하지만,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매 순간들을 버티게 하는
소중한 이들이 있잖니
그러니 분명 너는 잘 살고 있는 거란다“
내가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해
무엇이 나를 살게 하는지에 대해
떠올릴수록 그동안의 의문들이
얼마나 막연한 기우였는지를
깨달았다.
여보. 조금 만 더 고생해!
내가 결혼 전에 여보에게 말했던 것처럼
꼭 멋진 사장님이 되어서
꼭 셔터맨 시켜줄게
그까이꺼, 일도 아니지!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그까이꺼, 일도 아니지!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