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다리자

Art by Soon Min Choe

우리 기다리자

준비 출발!

모든 것이 완벽히 준비 되었을 때,
출발이라는 구령만 울린다면
최선을 다해 달릴 준비가 되었는데
막상 출발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아득히 고요함만 가득 찰 때가 있다.

곧 울릴 것 같은데..
왜 울리지 않을까…

————————————————

“나 회사를 바로 못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침대를 응시하며 그가 말했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물었다.

“왜?”

“…..나이가 너무 어리데.. 미안해 ”

“ 무슨 소리야?? 여보 마을버스 할 때도,
팀장이었잖아. 어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데
왜? 잘 했었다고 충분히 이야기 했어? “

나는 조금 화가 나는 것 같았다.

“ … 같이 일하던 분이 지금 거기서
일하시는 데, 그렇게 이야기 했데..
다시 잘 이야기 해 본다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하..”

남편의 노력이 물거품 되고
꿈이 멀어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거짓말 하지 않겠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

나는 바로
현실이 떠올랐다.
아닌 척 했지만,

남편의 꿈을 응원했던 내 마음이
분명.. 거짓말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나는,

남편이 1년 1년 열심히 일 하다가
서울 시내버스에 취직하게 되면,
조금은 우리의 생활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리고 그가 공부했을 때의
공백이 참 힘들었었나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나는 그에게 무언가
다른 말을 했었어야 했다.
노력한 것이 좌절 되었을 때 느꼈을
아득한 슬픔을 위로했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이 너무 늦게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열심히 했는데,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자꾸만 묻게 된다.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왜 자꾸 제동이 걸리는 건지
왜 생각처럼 되지 않는 건지.

며칠을 고민했는데,
불현 듯 그에게 이야기 해줄만한
나에게 해줄만한
구절이 떠올랐다.

# 운 좋게도 멈춰 설 기회를 얻었으니,
뒤 돌아가서 놓고 온 것들을 챙기세요.
그리고 다시 천천히 걸어 가세요
또 다시 허둥지둥 달려오면 안 돼요

-열한계단 中- 채사장

여보, 우리 운 좋게 멈춰 설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자, 열심히 하느라 지나쳤던 것들을
찾게 해주려고 신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기다리자.

출발 신호가 울릴 때를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너무 슬프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서른 이라는 나이에
또 갑자기 실직할
위기를 갖게 된 우리 남편 곁에
내가 있어서.

우리가 둘이라 참 다행이다.
그치? ^^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중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