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다리자
준비 출발!
모든 것이 완벽히 준비 되었을 때,
출발이라는 구령만 울린다면
최선을 다해 달릴 준비가 되었는데
막상 출발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아득히 고요함만 가득 찰 때가 있다.
곧 울릴 것 같은데..
왜 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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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회사를 바로 못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침대를 응시하며 그가 말했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물었다.
“왜?”
“…..나이가 너무 어리데.. 미안해 ”
“ 무슨 소리야?? 여보 마을버스 할 때도,
팀장이었잖아. 어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데
왜? 잘 했었다고 충분히 이야기 했어? “
나는 조금 화가 나는 것 같았다.
“ … 같이 일하던 분이 지금 거기서
일하시는 데, 그렇게 이야기 했데..
다시 잘 이야기 해 본다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하..”
남편의 노력이 물거품 되고
꿈이 멀어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거짓말 하지 않겠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
나는 바로
현실이 떠올랐다.
아닌 척 했지만,
남편의 꿈을 응원했던 내 마음이
분명.. 거짓말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나는,
남편이 1년 1년 열심히 일 하다가
서울 시내버스에 취직하게 되면,
조금은 우리의 생활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리고 그가 공부했을 때의
공백이 참 힘들었었나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나는 그에게 무언가
다른 말을 했었어야 했다.
노력한 것이 좌절 되었을 때 느꼈을
아득한 슬픔을 위로했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이 너무 늦게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열심히 했는데,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자꾸만 묻게 된다.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왜 자꾸 제동이 걸리는 건지
왜 생각처럼 되지 않는 건지.
며칠을 고민했는데,
불현 듯 그에게 이야기 해줄만한
나에게 해줄만한
구절이 떠올랐다.
# 운 좋게도 멈춰 설 기회를 얻었으니,
뒤 돌아가서 놓고 온 것들을 챙기세요.
그리고 다시 천천히 걸어 가세요
또 다시 허둥지둥 달려오면 안 돼요
-열한계단 中- 채사장
여보, 우리 운 좋게 멈춰 설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자, 열심히 하느라 지나쳤던 것들을
찾게 해주려고 신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기다리자.
출발 신호가 울릴 때를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너무 슬프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서른 이라는 나이에
또 갑자기 실직할
위기를 갖게 된 우리 남편 곁에
내가 있어서.
우리가 둘이라 참 다행이다.
그치? ^^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중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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