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의 무게
덜컥 독감에 걸렸다가 끙끙댔던 사흘이 지나고
다시 일상이다.잠에서 깨면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한다.기차를 타고 그 안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
을 보고 또 사진을 찍거나 창밖을 구경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늘 익숙하게 일하고 점심을
먹고 남은 일을 마치면 퇴근을 한다.기회가 되면
친구나 후배와 저녁을 먹기도 하고 수다를 떤다.
모든 것이 끝나면 역시 익숙하게 떠나온 길로
다시 집을 향해 온다.
지난 사흘간,
고열에 밭은기침을 하고 어지러움증에 구토까지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친구와 팔로워들의
격려,그리고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을 접하는 일
말고는 즐거움이 전혀 없던 시간이었다.그런데
끙끙 앓던 둘째 날 아침, 식탁에 앉아서 쾡한 눈
을 하고 수저를 드는데 어쩐 일인지 손끝으로
묵직한 수저의 무게감이 느껴졌다.그동안 매일
아침 출근준비에 쫓겨 식사 때마다 습관처럼
서둘러 들었던 수저에는 이런 묵직함이 없었다.
곰곰히 생각하며 돌아보니 그 수저 위의 밥을
씹어 삼키고 밥 그릇을 비우고 다시 수저를 그릇
옆에 내려놓는 것으로 나는 나를 먹이고 일상을
지켜냈으며 삶을 살아냈다. 아니 어쩌면 난 이
순간을 위해 오래도록 교육 받았고 그 결과로
밥을 버는 직장을 구했다.그러면서 어느새 함께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드는 식구를 만들었고 또
나의 아이에게도 같은 밥을 먹이고 키우고 살아
가게 한다.
그러니 살기 위해 드는 수저가 어찌 가벼울 수
있겠는가.특히 몸이 아파서 드는 수저엔 아무
래도 삶에 대한 의지가 담긴다.단순히 허기를
달래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는 병을 이겨내고
다시 주저앉은 일상을 복구하겠다는 삶에 대한
열망이 담긴다.물론 몸의 아픔 뿐이겠는가.실직,
배신과 실연 또는 그 흔한 실패와 좌절의 순간,
심지어 가족의 장례식에서도 우린 수저를 든다.
어디 그 순간에 밥맛이 좋겠냐만은 우린 수저
위에 쓰디쓴 밥이 아닌 삶에 대한 본능적인 의지
와 희망을 얹어가며 우리 스스로를 다독였는지
모른다.그러니까 우린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수저를 드는 것이 아니고 실은 주어진 삶을 최선
을 다해 살아내려고 수저를 드는 것이다.
만일 누구든 늘 익숙하고 같은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갑작스럽게 닥친 어려운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면 식사 시간에 수저의 무게
를 가만히 느껴보자.그렇게 잠시라도 삶에 대한
우리의 본능적 의지와 삶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
는 스스로의 존재감을 경험하자.아마도 나처럼
묵직한 뭔가를 손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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