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기억
…
Valentine’s Day 다.이름부터 요상
해 딱히 특별한 의미 따위를 붙여서 그날을 기념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하지만 혀에 올리기만
해도 달달한 그 ‘사랑” 에 대해선 잠시 생각한다.
아내와 한참 연애로 바쁘던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서로 함께 있는 것 말고는 더 특별한
즐거움이 없었던 때니 어떻게든 둘은 함께 있을
궁리만 했다.
그때 아내는 간단히 백팩을 챙겨
나와 등산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물론 나는 아니
었다.걷는 것은 좋아했지만 산을 오르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하지만 그녀와 단둘이 있으려
면 기꺼이 따라나서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우린 S 산을 오르기로 마음먹고
함께 서울을 출발해 오랜 시간 이동한 뒤 일정
보다 늦게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가을 초입이
라 산을 오르기엔 너무나 좋은 날씨였지만 늦게
산에 오르는 일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정상
까지는 서둘러도 서너 시간 이상 걸리는 등산로
였는데 오후 느즉막히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결국
우린 정상에 섰을 때 저만치 기우는 해를 바라
보았다.
산속의 어둠은 생각보다 깊었다.그나마 떠 있던
달이 구름 뒤로 숨기라도 할 때면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어둠 속의 등산로는 미로
같았다.게다가 산을 오를 때 전혀 들리지 않았던
산짐승들의 소리까지…우리 둘이 걷는 공간으로
서늘한 공포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기온도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허기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살며시 아내의 손을 잡았다.그러자 아내가
노란 달빛 속에서 나를 바로보며 말했다
“손을 잡아주니 밤길 산행이 제법 로맨틱한데.”
아마도 이런 일이 최근에 발생된 일이었다면
우린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전혀 다른 온도의
대화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조난을 눈앞에 뒀던
그날 최악의 상황에서 우린 서로 손만 잡고도
로맨틱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아내가 그 말을
하고부터 밤 하늘에 총총한 별이 보였다.그리고
어둠 속의 공포가 슬쩍 저 멀리로 물러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절대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결국 산을 오를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우린 무사히 어둠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가끔 예기치 못했던 어려움의 순간
을 만나면 나는 그날 아내와 함께 손을 잡고 산에
서 내려왔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둠과 공포그리고
불안마저 극복하게 했던 그 달빛 아래의 사랑을
말이다.모두에게 그런 Valentine’s Day가 되길
소망해본다.
-글/김감독-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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