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내가 어렸을 때,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엄마는 종종 혼잣말을 하곤했다.
그 혼잣말들은 너무 뜬금 없을 때가 많아서
주위에 있는 가족들을 항상 놀라게 만들었는데,
예를들면
어떨 때는 텔레비젼을 보다가
“그랬으면 안 됐지 왜 그랬어…”
라고 우울하게 말하던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사랑해!” 라고 말한다던가
설거지를 하다가
“나쁜놈!”
하고 역정을 내곤 했다.
엄마의 모든 말과 행동들은
현실과는 너무 맞지 않아서
갑자기 놀랄 때도 많았고
당황할 때도 많았는데,
실은 짜증날 때가 더 많았다.
함께 과일을 먹다가 갑자기
“못된 것!”
소리치면서 포크를 탁 내려 놓으니
얼마나 놀라겠는가
엄마 왜 그래?
라고 물으면 엄마는 항상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그냥~” 라고고 말하며 웃었다.
혼자 가만히 노래를 부르거나, 화를 내거나,
즐거워하거나, 무언가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짜증이 나거나,,,
아니 거의 짜증만 났다.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결혼 전에는 그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왜 그러는 것일까?’
그런데, 딸은 엄마를 닮는 다고 했던가.
내가 엄마를 닮아서인가 아니면 그 무엇ㅇ니지
나는 결혼 후 혼잣말이 많아졌다.
“음 그래서 말이야~ 그랬더랬지 말이야..”
“짜증나, 도대체 뭐하는거야”
“사랑해..그런데.”
“휴 힘들다 힘들어”
“정신 차리자 정신”
누가 곁에 없어도
나는 나에게 말하는 것인지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자꾸 혼잣말을 하게 된다.
처음엔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내가 생각을 할 때 머릿속에서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는 남편이 될 때도 있고, 아이가 될 때도 있고
시부모님이 될 때도 있고, 엄마 아빠가 될 때도 있고,
아니면 그 누군가가 되곤 했다.
현실에서 다하지 못하는 말들을
나는 생각으로나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대상이 없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혼잣말들은 모두
나를 향한, 아빠를 향한, 동생을 향항,
우리를 향한 말이었음을…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이야기 하고 싶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신호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늘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함께 화 내주던 엄마와 떨어져
결혼한 지금에서야
‘엄마 그동안 뭐했어?’
‘엄마 회사생활을 어때?’
‘이상한 아줌마는 없어?’
‘엄마 다이어트는 어떻게 되어가?’
‘엄마는 내가 어떨 때 가장 보고 싶어?’
이젠 내가 더 많이 물어보고,
들어줄 께
혼잣말 하지마.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엄마의 혼잣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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