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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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y Choe, Soon Min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모두 보지 않고서는
아니 실은 보고 나서도 ‘나라면 안 그럴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리 남편은 나에게는 늘 거절을 일삼는 ‘NO맨’ 이지만,
어머님께는 늘 거절을 하지 않는 효자 ‘YES’맨이다
실은 효자라고 할 수 도 없는 것이 좋아서 라기보다
거절을 못해서 그런다는 쪽에 더 가깝다.

그런 남자와 함께 사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딜 가던지, 무엇을 하던지,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일단 모두 ‘OK’

나는 이런 일들이 생길 때면 늘 남편을
닦달하곤 했다

“여보! 여보 엄마야, 왜 그래,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하고
뭔가 설명을 해드려야지 무조건 YES만 외치면
효자야? 넌 효자 아니야“

남편이 이미 긍정적인 의사를 표현 한 이후에
내가 거절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나는 가기 싫은 소 마냥
싫은 표정은 다 하고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그러자 어머님이 어느 날 내게 한마디 하셨다

“날며야, 아니면 아니라고 해야지,
네가 말하면 되잖아?“

결국 답답한 나도 그동안 쌓였던 감정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어머님, 남편이 맨날 YES만 하는 상태에서
제가 NO라고 외치기는 너무 힘들 어요“

어머님은 내 말을 듣자마자 잠시 놀라시는 것
같았는데. 이내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맺혔다.

“네 남편이 나를 좀 많이 무서워하지”

당황한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그게, 내가 네 남편이 날자 만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업이 망하시고 많이 힘들어지면서,
좀 독하게 네 남편을 키웠어.
장난감 사달라고, 과자를 사달라고 조르는 데,
정말 몇 백 원도 없어서 사줄 수 가 없었거든..
나도 그랬으면 안 되었었는데.. 그때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화를 냈던 것 같아
그래서 네 남편이 나를 아직도 많이 어려워하고
하고 싶은 말을 못해“

그동안 남편의 행동들이 하나둘 스쳐가면서,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머님께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지만,
그날 나는 다시는 이 일로 남편을 괴롭히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일로 계속 남편에게 화를 낸다는 것은,
결국 어머님을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사주고 싶은 것을 사주지 못해서 화를 내셔야 했던
어머님이 가엷고, 안타깝고,
그래서 엄마를 무서워하게 된 남편도 애잔하기 때문에

무조건 NO를 외치고 망나니처럼 구는 것은
잘못이지만, 그가 YES를 외치고 효자인 것은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라고,
정말 아닌 것은 내가 아니라고 이야기 하자고 다짐했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슬프지만 그 삶을 모두 들여다본다고 해도
힘이든 것 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사실은 이해하려는 마음과 이해를 시켜주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점이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 다는 것은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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