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무덤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 연세 많으신
어머니께서 고생하는 아들 얼굴 보고싶다며 먼길
한국에서 찾아오셨다.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어머니는 어떤 뜨거움이다.뵙자마자 다 큰 아들은
달려가 그 더운 사랑을 꼭 끌어안았다.
며칠이 지나 어머니와 둘만 남았을 때 어머니가
갑자기 내 오른손을 들어 당신의 왼편 가슴 한쪽
에 가만히 대셨다.
“오래전 네 누나가 스물한 살에 독감으로 세상
떠난 뒤에 말이다.엄만 한동안 그 애 생각으로
매일 밤 눈물이 났어.자식이란 그런 거거든.
근데 언젠가부터 이쪽 가슴에 네 누나 무덤처럼
생긴 작은 혹이 만져지더라.그 후로 나는 불쌍한
네 누나 때매 울지 않는다. 왜냐면 네 누나가 꼭
이쪽 가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
나는 어머니에게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그 혹이 괜찮은 것인지 검사는 한 번 받아야겠다고
말씀드렸다.그러나 노모는 한사코 괜한 생각 말라
시며 고집을 부리셨다.
결국 아내와 난 잔꾀를 냈다. 아내가 병원에 정기
검진을 받으로 가는 것처럼 꾸며서 어머니를 동행
케 했고 그곳에서 의사에게 몰래 부탁해 후다닥
어머님 가슴의 종양이 암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 주간 아내와 난 속이 바싹
타들어 갔지만 어머니에게 티를 낼 수도 없어 그저
결과가 아주 나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만 드렸다.
그런데 사실 어머니도 마찬가지신 듯 했다.검사를
받으신 뒤로는 급격히 말수가 주셨다.그렇게 우리들
의 일주일이 지났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나는 조심
히 어머니에게 가서 검사 결과를 말씀드렸다.
“엄마,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엄마, 가슴의 그
물혹 말야. 그거 말씀대로 누나가 맞대요. 그것도
아주 착한 우리 누나가 맞았어.”
노모의 눈가가 살짝 촉촉해졌다.나는 돌사진 속의
오래전 내 얼굴처럼 방긋 웃으며 노모를 바라본다.
하지만 목젖이 뜨거워지면서 울컥 뭔가가 입으로
올라와서 더는 미소 짓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가만
히 노모를 내 품으로 꼭 안아드렸다.그런데 어머니의
뜨거운 강물이 다시 출렁거리며 내 마음으로 흘러드
는 느낌이 들었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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