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불구불 길처럼
살아본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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