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크리스마스
2010년 1월,
카리브해 지역의 아이티 (Haiti)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합니다.워낙에 경제 형편이 어려운
나라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이 나라의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
의 집과 건물들은 오래전 낙후된 건축 기술로
지어진 것들이 많아 인명 피해가 컸습니다.집계
에 의하면 이 지진으로 50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이날도 전 카메라를 들고 급히 참사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도시 곳곳이 무너진 건물로 마치
전쟁터 같았고 구조대원들은 여기저기에서 건물
잔해에 묻힌 생존자를 찾아 구조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습니다. 날도 습하고 더운 곳이라 이미
부패가 시작된 시신들의 냄새가 거리 가득했습니다.
순간순간 나는 왜 이곳에 서 있고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면
서 촬영을 이어갔습니다.그리고 모든 기록 필름
뒤에 있었을 저와 같은 사람들의 고충과 헌신에 대한
생각도 해야만 했습니다.
그날의 경험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제가
촬영중에 지켜보게 된 인상적인 한 장면이 다가
오는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닿아 나누고자 합니다.
오래도록 프랑스 식민지였던 터라 아이티에선
불어를 사용합니다.그래서 촬영을 도와줄 현지인
을 한명을 어렵게 구해 우린 내내 함께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도미니크였고 그는 30대의 나이에
영어와 불어를 모두 구사했습니다.
도미니크에게 피해지역 촬영이 시급한데 어디가
좋은지를 물었습다.제게 몇 지역을 말하다가 자기
가 사는 산동네의 피해 내용을 말했습니다.도미니
크가 전해준 산동네의 피해 상황은 정말이지 끔찍
했습니다.지진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많은 가옥이
흙더미 속에 묻혔고 지진의 충격으로 엉성하게
지어진 집들이 주저앉아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
됐다고 했습니다. 도미니크는 이어서 자기 가족의
경험을 말해줬습니다. 지진으로 집이 막 붕괴되는
다급한 순간에 갑자기 딸아이가 보이지 않아 미친듯
찾고 있었는데 글쎄 자기 방에서 책가방을 싸고 있
더라는 겁니다. 하마터면 그 딸을 잃을뻔 했다고
하면서 도미니크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전 그런 도미니크를 보고 바로 그곳으로 가자고 했습
니다.
도미니크의 동네는 빈민들이 모여사는 산중턱의
작은 마을입니다. 우리는 뉘엿뉘엿 해가 기울어가는
시간에 도착했습니다.마침 널따란 야외 공터에 백열
전등 여러개가 줄 위에 걸려서 마치 검은 바다 위의
집어등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가까이 다가
서니 귀에 익은 찬송가 소리도 들려왔고 마을 주민들
150여명이 모여 기독교식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도미니크, 이 사람들 모두 기독교인들입니까?”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한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고 있잖아요.”
“이곳 마을에서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럼 왜 다들 예배에 참석한거죠?”
“모인 사람들 가운데는 부두교 신자도 많네요.
무신론자도 보여요.”
“제겐 신기합니다.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다니..찬송가도 부르고….”
“얼마전 공포를 경험한 사람들입니다.종교가 없거나
다르더라도 이렇게라도 모여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희망과 용기를 얻으려는 것 같아요.”
2000년전 어두운 세상의 하늘에 떠오른 따뜻한 별.
어쩌면 크리스마스의 의미도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여전히 세계 이곳 저곳에서
전쟁이 진행중이고 재난재해도 더 극심해져갑니다.
성탄절의 의미가 이미 많이 퇴색되어져 본래의 의미를
잃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만 부디 이번 크리스마스
에는 각자의 환경과 종교를 떠나 상처받은 마음이 위로
를 받고 잃었던 꿈과 희망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아마도 예수님은 그런 이유로 세상에 오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여러분에게도 그런 날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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