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
사춘기
딸아이로부터 얼굴이 둥근 베트맨 피규어를
선물 받았다.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유를 물으려 했지만 불쑥 자기 방으로 돌아
가버린다. 하지만 피규어를 손에 들고 있는 동안
나는 너무 좋아 실실거리며 웃고 말았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
교실에 커다란 난로가 들어서고 그 위에 은색
연통을 이어 교실 창밖까지 내는 작업이 시작
됐다.대개 선생님이 목장갑을 끼고 힘이 필요한
작업을 해내셨고 키가 고만고만한 급우들은 자잘
한 작업만을 도왔다.
당시 학급 반장이었던 종화도 그 자리에 있었
다. 종화는 학업 성적도 뛰어났지만 책을 많이
읽어 정말 아는 것이 많았다.한번은 수업중에
민주주의에 대한 토의가 있었는데 다들 세상
물정을 몰라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했다. 그런
데 종화가 오른손을 들고 일어나 링컨 대통령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말한 Hero
사춘기
딸아이로부터 얼굴이 둥근 베트맨 피규어를
선물 받았다.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유를 물으려 했지만 불쑥 자기 방으로 돌아
가버린다. 하지만 피규어를 손에 들고 있는 동안
나는 너무 좋아 실실거리며 웃고 말았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
교실에 커다란 난로가 들어서고 그 위에 은색
연통을 이어 교실 창밖까지 내는 작업이 시작
됐다.대개 선생님이 목장갑을 끼고 힘이 필요한
작업을 해내셨고 키가 고만고만한 급우들은 자잘
한 작업만을 도왔다.
당시 학급 반장이었던 종화도 그 자리에 있었
다. 종화는 학업 성적도 뛰어났지만 책을 많이
읽어 정말 아는 것이 많았다.한번은 수업중에
민주주의에 대한 토의가 있었는데 다들 세상
물정을 몰라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했다. 그런
데 종화가 오른손을 들고 일어나 링컨 대통령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말한 “of the people
by the people,for the people” 을 인용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여학생들의 박수가 터져나올 정도로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하지만 그때의 난 왜 저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지 스스로 깊은 좌절을 맛보고
있었다.그래서 그때 이런 혼잣말을 했다.
“내 머리는 저 머리가 아니구나.”
난로 설치를 끝내고 당번이 버켓에 담아온 조개
탄을 쏟아부었다.잠시후 선생님이 점화를 하시
고 난로 뚜껑을 덮자 바로 난로가 붉게 뜨거워
지며 교실에 훈기가 돌기 시작했다. 다들 난로
가까이에 모여들어 차갑게 언 손을 꺼내 쪼이며
즐거워들 했다.그런데 갑자기 교실 천장에 연통
을 잡아맨 철사가 끊어지면서 뜨거운 연통 하나
가 급우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주 짧은 순간
이었다. 다들 자리를 피할 수 없어서 영락없이
그 뜨거운 연통에 여럿이 화상을 입을 뻔 했다.
그런데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학급
반장 종화가 급우들을 위해 맨손으로 그 떨어진
연통을 움켜잡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화상이 심하지 않아 양호실에서 붕대만
감고 돌아온 녀석을 향해 아이들 모두 일어나
또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었다.그때 난 또 혼잣
말을 했다. ” 내 손은 저 손이 아니구나.”
부디 이번엔 대한민국도 학급반장 종화와 같은
지도자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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