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질문>
-정은길-
1년 동안 35개국을 여행하며
한국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미국의 트레킹 길, 남미의 산속,
아프리카의 사막,
유럽의 공원 등지에서도 만났다.
인사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때로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화가 늘 즐거웠던 건 아니다.
“학생이예요? 어느 학교 다녀요?”
“회사 다녀요? 무슨 일 해요? 어느 회사?”
“서울 살아요? 서울 어디요?”
상대방의 이름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대답을 하기가 참 곤란했다.
여행자들이 나눠야 할 대화는
개인 신상에 관한 것들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를 여행 중인지, 어디가 좋았는지,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지 등이 아닐까.
대화가 끝난 후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을 때면
어쩐지 마음이 허전해졌다.
여행 중 여행자들끼리 여행 이야기를
쏙 빼놓고 나눈 이야기는
어쩐지 즐거운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여행자와 대화를 나눌 때면
이름을 시작으로 여행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갔다.
그러자 여행자 친구들이 늘어갔고,
여행 중 나누는 대화가 점점 활기를 돌았다.
여행을 하며 대화를 나눌 땐
여행자의 질문을 생각하자.
여행이 더 즐거워질 것이다.
여행이 더 재미있어 질 것이다.
여행을 하며 만나는 친구들이 늘어갈 것이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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