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참견
아이와 읍내의 도서관을 다녀왔습니다.
찬 바람이 조금 걱정 되었지만 그래도
옷을 든든하게 입고 다녀왔어요.
한 시간의 한 대 있는 농촌 버스를 타고
산천을 구경하며 읍을 가는 것이
나은 엄마의 솔솔한 재미.
시골버스는 늘 자리가 많고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뛰지 않아도 되며
가끔 멀리 보고 싶을 때, 네바퀴 위에 만들어진 의자에
뛰어가 앉아 엉덩이 쿵쿵 거리며
시골길을 온 몸으로 느껴봅니다.
주로 버스를 이용하시는 손님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분들과 읍에 나설때면
대화를 듣게 되고 가끔은 어르신들이 건내는 질문에
큰 목소리로 답하기도 합니다.
읍내엔 젊은 분들이 많이 살고 계시지만
작은마을 이곳 저곳을 누비며 주민을 태워 나르는
버스 안에는 적어도 새댁과 많은 어르신들이
단골 손님 입니다.
오늘은 버스를 함께 타고 들어오신
할머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나은이는 지겨웠는지 몇번 소리를 질렀고
난처해 하는 저를 향해
“아가~~우리 아가가 울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노래를 하네~노래 잘 하네~~ 오냐~”
하시며 머리를 쓱 쓱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조골조골한 두툼한 손으로 아이를 만지시는데도
어쩐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낯선 이들이 아이를 만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흉흉한 사건들 때문에
과잉 보호를 하는 것도 있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낯선 어른들의 조언도 참견이라고 생각하지요.
물론 주고 받는 과정에서 예의는 존재해야 합니다.
시골에선 특히 새댁을 바라보시는 어르신들의
다양한 참견이 흔히 있습니다.
“아기가 춥다, 어디가 아프냐, 배가 고픈 것 같다,
나이가 몇살이냐, 어디서 사느냐, 아기를 엎어라,
아가 나한테 안겨보렴.” 등등
일전에 버스를 기다리다가 한 할머니께서
나은이 곁을 맴도시더니 인사만 건내시곤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만원을 주셨습니다.
그 순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역시 우리는 아직 멀었구나!
아니 나는 멀었구나! 어르신들의
배려있는 참견을 경험하고
내가 너무 경솔하게 마음의 유리벽을
쌓고 있었다는 걸 알았답니다.
문득 생각해 보면, 제가 어린 시절만 해도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을 보면 뭔가를 해주고 싶어했고
지갑을 열어 용돈을 주기도 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어른다운 어른들의 배려와 관심을 참견이라 느끼다니.
물론 모든 어르신들의 의견이 적절하고
유익한 것은 아닐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방어 태도와 편견 때문에
순수한 조언을 많이 놓쳤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요즘 젊은 청춘들이
나의 아이가 아닌 아이에게 용돈을 주고 조언을 하고
말을 걸 수 있을까요.
그건 아마도
인생을 80세 쯤 살아본 어른이기에 허물없이
쿡, 찔러 넣어준 용돈같은 사랑의 참견 이었을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도 이 시골 안에서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을 향하는 길 위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한 나은 엄마 입니다.
글/반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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