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뉴욕에서 한참 영화 공부를 할 때였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중인 동생 하나가 아주 어린
샴고양이 한 마리를 품에 안고 나를 찾아왔다.
녀석은 독감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얼굴에 열꽃
이 가득했고 연신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
“형!…누가 우리 아파트 복도에 이 새끼 고양이
를 버리고 갔어.날도 추운데 너무 불쌍해서
그냥 놔둘 수가 없잖아요.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는데…에~취!! 내가 어떻게든 데리고 키워
보려 했는데…에취! 에취! …보다시피 저는
이 고양이를 더는 못 키울 거 같아요.”
녀석이 고양이를 품에 안고서 연신 재채기를
하는 동안에 나의 머리는 빠듯한 유학생 살림에
고양이 먹거리며 이런저런 고가의 관리비용을
생각했지만 내 몸은 어느새 그 귀여운 샴고양이
를 내 새끼라도 되는 듯 끌어안고 말았다.
무엇
보다 나는 고양이털 알러지 환자라는 걸 알면서
도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고 있었던 녀석
의 따뜻한 마음과 고민에 고민을 하다 나를 찾아
온 그 생각만큼은 도저히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지난 주말,
우연히 한국의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을 보다가 녀석의 얼굴을 보게 됐다.
저예산 다큐 멘터리라 처음엔 아주 제한적인 상영관에서만
개봉되었는데 요즘 시국과 맞물려 사람들의 입소
문을 타면서 꾸준히 상영관이 늘고 있는 작품이
라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 제작진이 감독과 제작
자를 만나보는 내용이었다. 감독과의 인터뷰가
소개될 때 고양이를 안고 나를 찾아온 녀석의 그
반가운 얼굴이 나타나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번에도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 나타난 녀석
의 품엔 버려지거나 잊혀진 고양이 한 마리가
안겨져 있다.그리고 역시나 녀석은 모두에게
또 그 고양이를 부탁하는 눈치였다.이번에도
녀석의 따뜻한 마음이 모두에게 잘 닿았으면
한다.
P.S. 녀석의 작은 아버지는 우리가 잘 아는
“들국화”밴드의 리더 전인권씨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