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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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y Kang, Dong Suk

길을 잃었을 때

2010년 2월 칠레 남부지역에 규모 8.8의 지진
이 발생했습니다.모두 7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수천명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칠레의
피해 지역이 아파트와 대형 상점들이 위치해
있는 중소 도시였기에 피해가 더 컸습니다.

저는 그때 뉴저지 뉴왁 공항에서 항공편으로
페루 리마에 도착한 후 작은 차를 빌려타고 세상
에서 제일 건조한 죽음의 사막 아타카마를 가로
질러 칠레의 국경을 향했습니다.장장 35시간,
뜨거운 한낮의 사막과 칠흙같은 밤의 어둠을
뚫고 달려서 칠레 남부의 피해지역에 도착했
습니다.

피해가 컸던 칠레의 남부 Concepcion에 도착
하자마자 붕괴된 아파트 지역을 촬영하고 바로
쓰나미 피해로 쑥대밭이 된 해안 마을을 찾았습
니다.

갯벌 여기저기에 참혹한 모습으로 뒤엉켜
있는 배와 자동차들 그리고 집들은 종잇장처럼
찢겨서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남자의
주검 그 주변에 서서 숙연한 모습으로 그의 넋을
기리는 해안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은 사실주의 화가 Caravaggio의 그림
“성모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습니다.옅은 해무
가 내려앉은 그곳에 회색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
이 망자와 그 주변에 모여든 사람의 어깨위에서
반짝였는데 너무 생생하면서 동시에 몽환적인
슬픔의 풍경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해안으로 다시 쓰나미 예보가 발령되자 남아있
던 사람들 모두 생필품을 챙겨 인근 산으로 이동
하기 시작했습니다.저도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산중턱에서 사람들
여럿이 무리를 지어 산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쓰나미를 피해 해안에서 산으로
오르는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여진으로 산사태
가 날 수 있다는 뉴스 때문에 두려움 속에 서둘러
하산중이었다고 했습니다.

두 그룹은 잠시 혼란
에 휩싸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게 되었습
니다. 저는 그냥 산 중턱에 남아서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역시
나 사람들은 산과 바다를 여러 차례 오가며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막상 바다로 내려가면
쓰나미가 두렵고 산에 오르면 산사태가 무서웠
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등에 업고 산을 오르락 내리락거리다
제풀에 지쳐서 촛점 없는 눈빛으로 주저앉은
산모를 찍다가 끝내 저도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먼훗날 인류도 이런 모습으로
길을 잃고 헤매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길은 사방인데 갈 길을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선택이 되는 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요즘처럼
그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을 보면
그때 그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릅니다.부디
우리가 가야할 길 만큼은 영원히 안녕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더불어 퇴근길 집을 향해 갈
수 있는 오늘 저녁이 너무 감사한 날입니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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