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혼하자
생각보다 너무 쉽게
내 입에서 그 말이 흘러나왔다.
시댁에 합가 후 얼마 되지 않았을 그 때
나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그냥 매일 매일이 불편하고 답답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그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네가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거야,
네가 엄마한테도 더 다가가고
이야기도 더 하고 그래야지”
라고 말하는 남편이었다.
아무리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지만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하나도 몰라줄 수 가 있을까.
주위의 인생선배들이 말하길.
일생에 두 번도 세 번도 아니오.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특급카드로,
이혼서류를 내밀며 진지하게 상황을 말하면
남편이 충격을 받고 행동을
고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 나름 “너, 제대로 해! 나 지금 힘들어!”
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던진 말이었던 것이다.
분명, 내 예상대로라면 남편이 펑펑 울면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어야 했는데,
그런데 남편이 “알겠어” 하고 밖으로 나갔다.
너무 태연한 남편의 대답에 멍 때리고 있다가
나도 황급히 남편을 따라 나간다.
(뭐야, 진짜 나랑 이혼하고 싶었던 거야?)
급히 뒤따라 나가니 남편은 집 앞에서 통화 중이었다.
“네 어머님, 글쎄 날며가 너무 힘들다며 이혼을 하자고 합니다.
저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연락을 드렸어요
그런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우리 엄마!
엄마는 당연히 나를 바꿔달라고 말했고,
나는 엄마에게 ‘철 없다.’ 등등 수 많은
비난과 욕을 먹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분명 거실에 시부모님께서도 계셨는데,
시부모님께는 한 마디 말 안하고,
우리 엄마에게 전화를 한 여우 같은
남편에 대한 증오심으로 남편을 노려보는 데,
남편이 웃고 있다. (아! 열 받아)
그리고는 내 앞으로 다가와 내 어깨를 툭툭 두 번 친다.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한지는 잘 알겠는데,
나한테는 이런 거 안 통해
내가 죽기 전까지 우리는 이혼 없어”
남편이 집으로 들어간 후,
후회가 밀려온다. 그 말을 도대체 내가 왜 한 걸까.?
몇 분 안에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 그런데 죽을 때까지 이혼이 없다는
그 말은 좀 멋있긴 하네 안심도 되고,
(이 상황에……)
지금 돌이켜보니,
그 때 남편이 거실에 계신 시부모님께 말씀 안 드리고
엄마에게 전화한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만약 그 때 시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면
, 아마 난 얼굴 들고 집에 못 들어 갔을 것.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
그건 내게 특급카드가 아니었다.
결혼 생활에는 ‘1+1=2’ 라는
수학공식 같은 답이 없다.
x+y=z라는 공식이 딱 맞다.
x도 다르고 y도 다르니 어떤 x가 오고
y가 오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누군가의 답은 내 답이 아니라는 것,
결국 내 답은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정해진 답 같은 것은 없을 지도..
하, 참 어렵네
글/날며 (kakao best story teller)
‘날며의 결혼일기’ 중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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