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아버지를 만난다
어머니 혼례품인 벽시계는 십년을
열번도 더 되는 세월을 채우고도 똑딱
거리며 추를 흔들어 방을 가득 채운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일 때에 지는 해와 함께
이별하시던 아버지는 저녁이면 잊지
않고 태엽을 감아 벽시계에 밥을 주셨다
배부른 벽시계는 분 초를 쌓아 시간으로
채워 땡~ 땡~
여운을 남기며 과거를 밀어내고 현재를
확인시키고 미래를 향해 달음질하였다
아버지 떠나시던 6월이 되어 해지는
오후에는 시계소리에 얼핏 스치는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시간여행을 떠난다
엄동설한 손이 갈라지는 칼바람에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아랫목에
교복을 펴고 따뜻하게 입히시고 언발로
고생할까 부뚜막에 구두 올려 신겨
주셨던 아버지를 만난다
꽃피는 봄에는 아침산책 후에 진달래
한줌 꺾어 좋아 하는 딸 손에 쥐어
주시고 해지는 강가에 손잡고 걸으며
가슴에 사연 담은 진한 노래 한 곡조와
시조 한 수로 행복해 하시던 아버지를
만난다
강가 찻집에서 계란띄운 쌍화차와
우유 한 잔 주문하고 찻집 여인에게 별
것도 아닌 딸자랑에 침이 마르시고
입 짧은 딸을 위해 더운날 가마솥에
끓인 자라탕 한 대접을 굵은소금 후추
뿌려 맛있게 먹는 딸을 보며 마냥
웃으시던 아버지를 만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시집
보내고 자식을 낳은 딸이 그리워 짬짬히
얼굴보려 핑계거리 만드시더니 6월
살점같은 딸네 집에서 지는 해 따라
곱게도 이별을 하시던 아버지를 만난다
유혹하는 몸짖으로 향을 뿜어 내는
장미꽃 무리로 골목마다 채우는 6월
어둠이 내리기전 노을진 하늘로 정갈한
모습하고 딸 손을 꼭쥐고 떠나시던
아버지가 그리워 만난다
-정 순정_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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