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도대체 4절 도화지는 왜 이렇게 큰 거지?!”
“바탕은 흰색으로 그냥 두고 싶은데,
왜 흰색바탕은 미완성인 거야!..
아 팔 아프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가 늘 했던 생각이었다.
미술숙제는 늘 내게 하기 싫은 숙제 중 으뜸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늘 미술은 80점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초등학생 때 단 한번
교내 과학미술대회에서 금상을 탄 적이 있다.
비,구름,해님,별,바람을 그렸는데, 바탕색 칠하기가
버거워서 팔이 아플 때마다 색을 바꿔 칠한 복잡한 그림이었다.
그 수상 덕분에 엄마가 학교로 오는 즐거운 일까지 생겼다.
엄마는 학교 외관에 전시되어있는 내 그림을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질문하셨다고 한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미술에 소질이 있는 것인가요?”
그랬더니 그 때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네, 날며는 그림에 정말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님 보세요. 두서없이 색칠한 것 같지만,
비, 구름에는 배경색을 어두운 색으로,
해님, 별, 달 주위는 밝은 색으로
색칠했잖아요 정말 잘하지 않았나요?!”
엄마는 내게 예술적인 재능이 있다며 행복해했지만,
나는 내가 상을 탄 이유를 들었을 때 속으로
정말 뜨끔했다. (그건 내가.. 전혀 의도한 게 아니 예요..)
대부분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 때 그 선생님 덕에 미술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여 성장해, 전공해서 성공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겠지만, 나는 지금도 미술과는 전혀
상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아직도 그림 그리기는 어렵고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때 그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그 선생님의 그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이건 정말 어떻게든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면 알아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뛰고, 아이가 물건을 어지르고,
아이가 넘어지고, 아이가 울고,
아이가 소리지르고,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이런 사소한 일들 중에, 나도 그 선생님처럼
의미 있는 장점을 찾아 줄 수는 없을까?!
정말 닮고 싶다 그 시선이
그런 시선을 갖은 엄마가 되고 싶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