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문태준-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