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와이셔츠
-김세홍-
십여 년 전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다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입고 갈 옷이 마땅찮으니
와이셔츠 하나 사서 보내라.”
거참
예전엔 장남인 형이
예수 믿는다고 나 죽으면
제사도 안 지낼 거냐고
귀싸대기를 때리시더니
이제 슬슬 저승 갈 준비를 하시나
자식이
육 남매인데 왜 나한테
전화를 했을까 생각하다
백화점에 가서 고급스러운
와이셔츠 두 벌과
넥타이 두 개를 사서
우체국 택배로 보내드렸더니
살아생전 농사만 짓던 촌부라
입이 귀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와
옷장을 정리하다 내가 사드렸던
와이셔츠 두 벌이 깨끗한 상태라
버리기 아까워 가져와 내가 입었다
지금도
와이셔츠를 볼 때마다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고
나도 가슴 뿌듯하게 해주는
옷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늘
자식들에게
채송화 물봉숭아처럼
착하게 살라 하시더니
지금은
어느 별
어느 하늘 아래
바람으로 떠도시는지
아버지
이제는 지게 안 지고
편안한 곳에서 잘 계시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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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 à la trace >
[ 2015 Brooklyn. Forest av, 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