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Painting by Edgar Jeon (전명덕)

꽃 피는 수선집

-권영희-

진열장에 걸려있던
원피스를 내리고

낡은 재봉틀과
다리미대 마주 앉아
한나절 추억 깁느라
왁자해진 작은 집

골목, 골목 떠도는
소문은 잘라내고
패스트푸드에 꽉 조인
인심은 늘려주며

누긋이 황혼길 밟는
시간들이 앉았다

공부에 지친 석이
구직서 내는 김 씨

부부싸움 지겨운
건넛집 정은엄마도
품 갖춘 인생이고 싶어
넘어가는 저 문턱

세월을 시침질하며
재봉틀은 돌아가고

한 그루 동백이
꽃숭어리 놓치는 사이
도시의 풍문을 수선하는
손놀림도 분주하다

좋은글, 작품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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