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유강희-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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