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사죄하다

나무에게 사죄하다

먹고살기 위해
출판사에서
일했어요

십 년이 넘었지요

한 권이라도 더 팔리는
책을 내려고

하이에나처럼
저자와 독자를
괴롭혔어요

아들을 데리고
약수터에 물 뜨러
갔다가

참나무들이 베어져
넘어진 것을
보았어요

나무는 베어서 뭐해
뭐 종이도 만들고……..

그 동안
내가 벤 나무는
얼마나 많을까요

어쩌면

시베리아의
숲 하나가

사라진 건
아닐지

나무와 버섯과
사슴과 호랑이가

내가 만든 책 때문에
죽어간 것은
아닌지

평생 마시는 물이
수영장보다
크다길래

샘을 보면 미안한데

이제 열세 살 난
아들 뒤로

참나무들이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어요

-전윤호-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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