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와서

고향에 와서

​아내는
눈 속에
잠이 들고

밤새워 바람이
불었다

나는
전등을 켜고

머리맡의
묵은 잡지를
뒤적였다

​옛친구들의
얼굴을
보기가

두렵고 부끄러웠다

미닫이에
달빛이 와
어른거리면

이발소집
시계가

두 번을 쳤다

​아내가 묻힌
무덤 위에

달이 밝고

멀리서
짐승이 울었다

나는 다시
전등을 끄고

홍은동
그 가파른
골목길을 생각했다

-신경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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