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예습

임종 예습


홑이불에
덮여

앰블런스에
실려간다.

밤하늘이
거꾸로 발 밑에
드리우며

죽음의
아슬한 수렁을
짓는다.

이 채로 굳어
뻗어진

내 송장과

사그라져
앙상한 내 해골이
떠오른다.

돌이켜보아야
착오 투성이
한평생

영원한 동산에다
꽃 피울 사랑
커녕

땀과
눈물의
새싹도 못 지녔다.

이제 허둥댔자
부질없는
노릇이지…

“아버지
저의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시늉만 했지
옳게 섬기지는
못한

그분의
최후 말씀을
부지중 외우면서

나는
모든 상념에서
벗어난다.

또 숨이 차온다.

-구상-
(1919-2004)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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