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열 서너 살 빈
주먹만으로
고향을 떠나
아버지는
서울 사람이
되셨다.
도시의
바람과 그늘
사이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객지인
서울을 고향으로
삼았다.
냉기 썰렁한
세상을 등뒤에 두고,
담배나 한 대,
그렇게 산 서울은
아버지의 고향이
되질 못했다.
배갯모로 스미는
물소리에
젖으며,
잠이 드는
아버지의 꿈.
빌딩 사이로
헤쳐나가는
지연(紙鳶)
마냥
그렇게 늘
우울했지만,
우리는
조금도 그것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생애의
뜨락으로,
짧은 각도(角度)로
떨어져 쌓이는
햇살.
저녁녘이면,
때때로 만나게
되는,
길이 잘든
지팡이에 와 부딪는
맨땅의 살결.
경기도 포천군
소흘면 무림리,
양지(陽地)쪽
산모롱이,
흙들이
하얗게 햇살 속에
그 정결한
살결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산-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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