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나무 그늘

당산나무
그늘에 와서

그동안
기계병으로
빚진 것을

갚을 수 있을까 몰라.

이 시원한
바람을 버리고

길을
잘못 든
나그네 되어

장돌뱅이처럼
떠돌아 다녔었고,

이 넉넉한 정을
외면하고

어디를
헤매다
이제사 왔는가.

그런 건 다 괜찮단다.

왔으면
그만이란다.

용서도 허락도
소용없는

태평스런
거기로 가서,

몸에
묻은 때를
가시고

세상을 물리쳐보면

뜨거운
뙤약볕 속

내가 온 길이
보인다.

아, 죄가 보인다.

-박재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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