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성 제

각 성 제

덕수궁 은행나무
아직 퍼런데
떨어지는
것들

태풍
한가운데서

남녘 상갓집
다녀오는
길,

조금은
쓸쓸해져서
자꾸 눈 들어 하늘
본다,

거기 빠르게
북북동진하는
구름들

키 큰
수녀 둘이서
추어탕 골목에서
나오고

길바닥에
짓이겨진
나뭇잎들이

아주 말간
냄새를 피운다,

죽는 것들의
흩뿌려지는
냄새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들의
내음새,

언제
가벼웁다는 것이
죄가 되지
않을까

덕수궁 잔등,
재개발 지구,

내부 수리한
식당에서
혼자 먹는다,

가정식 백반, 가정식?

비가정식 백반도
있을까,

식당에만
남아 있는
가정식으로

혼자
점심 먹는
중년 사내는
서글프다,

이 지방에서
혼자는 자주
죄악이다

깨끗한 옷,

아니
옷 깨끗하게 입고
수염도 좀
깎고

늘 오른 쪽으로
기우는 고개도
반듯하게
하고,

목 뒷덜미 자욱한
비듬도
털고,

이 가을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 설익은
중년이

꿈꾼 것은
별게 아니었다,

동사무소와
은행을 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이었다

옛날은
가지 않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몸은 또
가벼운 알콜을
부르고

내 두 발은
버짐 같은
발자국을 남기며

어두운 실내,
지하를 향한다,

마흔에 가까운
한살이가
털부덕,

주저앉는다

몸아, 그래,

너 먼저 가,
있거라

-이문재-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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