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밥을 하면서

냄비밥을 하면서

냄비밥
해 먹어 본
사람은
안다

쌀을
물에 불리는
중용(中庸)의 도(道)
부터

냄비에서
밥물 끓는
찰나의 미학(美學)을

긴장
놓치지 않고
기다릴 때까지의
집중이란

이건
물과 불과 시간을
아는 일이며

이건
마음을 아는
일이라는
것을

센 불로 끓이고
중불로 익히고
약한 불로 뜸
들이며

냄비 속 물은
넘쳐 불을 다치지
않게

불 위의 냄비는
뜨겨워져 쌀을
다치지
않게

쌀과 불과 물은
평화롭게 하나
되어

사람이 먹는

한 그릇의
더운밥이 되는
일이란

이건
세상만사와의
화해(和解)며

이건
우주와의 합일(合一)
이려니

원터치
전기밥솥
디지털 밥을 먹는
사람은

이 고슬고슬한
아날로그 밥맛
알지 못할 것이기에

냄비밥
뜸 들기를
기다리며

나는 행복해진다

-정일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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