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숟가락
외갓집은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숟가락부터 우선
쥐여주고
본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없을 때도,
집을
찾아온 이는
누구나
밥부터 먼저
먹이고 봐야
한다는
게
고집 센
외할머니의
신조다
외할머니는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
아직도 숟가락을
쓰는가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꽂고
마실을
가는가
들은 바는 없지만,
그 지엄하신
신조대로
라면
변변찮은
살림살이에도
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한 그릇의 따순
공기밥이어야
한다
그것도
꾹꾹 눌러
퍼담은
고봉밥이어야 한다
빈털터리가 되어
십년 만에 찾은
외갓집
상보처럼
덮여 있는
양철대문
앞에 서니
시장기부터
먼저 몰려
온다
나도
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출출하겠는가
마실 간
주인 대신
집이
쥐여주는
숟가락을 들고
문을 딴다
-손택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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