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 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 곳에 찾아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글/ 윤동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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