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image
Art by Kang, Dong Suk ( 강동석)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 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 곳에 찾아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글/ 윤동주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