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약력

그리움으로
피었다 지는

살아온
흔적 중에

빛나는 일만
적으라
하네

높은 지위
남에게 자랑하여

고개
숙일만한
일들을

요약해서
적는 것이
약력이라네

나이 들면서
자꾸 뒷 쪽을
바라보는
것은

덧셈보다
뺄셈에
능숙해지는

바람을
닮아가기
때문이라네

바람이라고
적을 수는
없네

떠돌이였다고
말할 수는
없네

태어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먼지처럼
쌓였다

사라져버린

그 수많은
날들을

나는
축약할 수가
없다

기억나지는 않으나

밥 먹고
잠들었던

잠들었다
부시시 깨어나던

동물의
날들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나는 약력을 쓰네

꿈이 꿈인 줄
모르고

꿈속을 헤매다가

꿈속에서
죽어서도

죽은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줄여서
약력을 쓰네

-나호열-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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