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소원(所願)
나의
다소 명석한
지성과
깨끗한 영혼이
흙 속에 묻혀
살과 같이
문드러지고
진물이 나
삭여진다고?
야스퍼스는
과학에게
그 자체의 의미를
물어도
절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억지밖에 없는
엽전 세상
에서
용케도
이때껏 살았나
싶다.
별다른 불만은 없지만,
똥걸레 같은
지성은 썩어
버려도
이런 시를
쓰게 하는
내 영혼은
어떻게 좀
안될지 모르겠다.
내가 죽은
여러 해 뒤에는
꾹 쥔 십원을
슬쩍 주고는
서울길
밤버스를
내 영혼은
타고 있지 않을까?
-천상병 시인-
(1930-1993)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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