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꽃잎에 울다

능소화 꽃잎에 울다

한 발짝만


한 발짝만
물러나면

내가 보일텐데요


슬픔이
보일텐데요


분노의 정체도
보일텐데요

내가
내게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

이리도 어려워요

돌아가는
세상이야기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

이리도 어려워요

한때는
그리도 쉬워
보이던

내 웃음소리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밤낮
이글거리는
머릿속

한 발짝만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헝클어져
치열한 파도의
소용돌이

잠잠해질 것
같은 데도요

빗줄기 속
불면의 밤들은
아랑곳
없이

아스팔트는
뜨겁게

침묵하는데

주홍빛
능소화만

흐드러지게
피었어요

그래서 그런데
눈물만
나요

-홍수희-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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