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가시 하나 남기고

큰 가시 하나 남기고

청어 구이를
먹는다

검푸른
등껍질
밑에서

은백색
뱃살까지
발라먹다가

그 많은
가시들을
다 골라낼 수
없어

잔가시들은
더러 삼키기도
했는데

가시 한 개가
목구멍에
걸렸다

어머니 말씀대로
밥 한 숟가락
담뿍

목이
메어져라
넘겨본다

밥 한 술에
떠밀리어 가시가
넘어간다

나는
밥 한술의 힘을
신봉한다

송곳으로
찌르는 말,

피할 수 없게
달겨드는 운명의
서슬이며

원인을
알 수 없이

욱신거려오는
편두통도

모두
밥 한 숟가락으로
꿀떡꿀떡 잘도
삼켜 왔다

이제,
큰 일 한 가지
남았는데

그새 내가
억센 가시로
자라버려

나를 통째로

삼켜버려야
하는
 

-주경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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