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식사

거룩한 식사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 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에서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파고다공원 뒤편
순대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황지우-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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