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행성 134340에 대한 보고서

난쟁이행성 134340에 대한 보고서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됐다

수금지화
목토천해명의
끝별 명왕성은

난쟁이행성
134340번이란

우주실업자
등록번호를
받았다

그때부터
다리를 절기
시작한 남편은

지구에서부터
점점 어두워져
갔다

명왕성은
남편의 별

그가 꿈꾸던
밤하늘의
유토피아

빛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별이
될 수
없어

수평선 같았던
한쪽 어깨가
기울어

그의
하늘과 별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꿈을 간직한
소년에서 마법이
풀린

꿈이 없는 중년이
되어버렸다

명왕성은
폐기된 인공위성처럼
떠돌고

남편의 관절은
17도 기울어진 채
고장이 났다

상처에
얼음주머니 대고 자는
불편한 잠은

불규칙한 삶의
공전궤도를
만들었다

이제 누구도
남편을 별이라
부르지
않는다

알비스럼
낙센에프정
니소론정

식사 후
늘 먹어야하는
남편의 알약들이

그를 따라 도는
작은 행성으로
남았다

남편을 기다리며
밝히는 가족의
불빛과

아랫목에 묻어둔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그의
태양계였으니,

늙은 아버지와
아내와 아들딸을
빛 밝은 곳에
앞세우고

그는
태양계에서
가장 먼 끝 추운
곳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노예처럼 일했을
뿐이다

절룩거리고
욱신거리는
관절로

남편은 점점
작아지며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도
난쟁이별로
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가
돌아오는 길이
점점 멀어진다

그가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그 길을
작아진 그림자만이
따라오는데

남편은
그 그림자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

지구의 한 해가
명왕성에서는
248년

그 시간을
광속에 실어
보내고
나면

남편은 다시
별의 이름으로
돌아올
것이다

명왕성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

– 도미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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