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 꽃

패랭이 꽃

착한
사람들은
저렇게 꽃잎마다

살림을
차리고 살지,

호미를
걸어두고,

마당 한켠에
흙 묻은 삽자루
세워두고,

새끼를 꼬듯
여문 자식들
낳아

산에 주고,
들에 주고,

한 하늘을
이루어
간다지

저이들을 봐,

꽃잎들의
몸을 열고

닫은 싸리문
사이로

샘물 같은
웃음과

길 끝으로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
보이잖아,

해 지는 저녁,

방마다
알전구 달아
놓고,

복(福)자 새겨진
밥그릇을
앞에 둔

가장의 모습,

얼마나
늠름하신지,

패랭이
잎잎마다

다 보인다, 다 보여

-이승희-

이승희시집[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창비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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