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신
아버지는
막신을 신고
사셨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터진
막신,
흙을 달고
아버지가 방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반 평이라도
늘릴 양으로
밭 귀퉁이에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꾹꾹 찍었다
막신을 신고
평생을 다 보낸
아버지,
처음 장만한
몇 뙈기의 밭을
고이 접어
서랍 깊이
넣어두었다
운동화를 벗어
탈탈 터는
아버지
운동화와
발바닥 사이에서
괭이와
지게의 시간이
떨어진다
딸 결혼식 날
딱 한번 이장에게
구두를 빌려
신고
어색하게
불편한
걸음으로
딸의
손을 잡고
들어가시더니,
자식을 벗고
지게를 벗고
구두를 벗고
밭고랑에 찍힌
발가락 자국만
남겨두고
밭 너머로
절뚝절뚝
날아가셨다
-김종관-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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