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햇살이 너무 밝다

A senior African American couple standing in a park holding hands face to face, talking and laughing. It is a bright, sunny day, with trees in the background.

 

오월 햇살이 너무 밝다

아무리 먹어도
태(態)도 안 나는
저 햇빛을

하얀 설탕에
꼭 꼭 찍어 가래떡
먹는다

쫄깃한 입맛이
좋은 오후

한 시의 느긋함,

내가
예배당 커튼
젖히고 내려다보는

저 오월의
푸른 가로수 포도 위에
햇살이 한결
밝다.

손수레에
생필품 바리바리
챙겨들고 빗속을
지날 때

연식이 오래 된
내 낡은 그레이스까지
비가 내렸다.

한껏 부풀어 오른
아내의 어깨 위에
사랑처럼

내 손을 얹고
우리는 새로 생긴
대형 마트에서

몇달만에
최소한의 삶을 꿈꾸며
생의 퍼즐 많이도
샀다.

내 어깨를
쉽게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웃자란 세월처럼
키 큰 나무 위에도
내렸다.

경품 추첨함에
쌓여 가는 삶의
요행들

아내의 지친
손길마저 기대감으로
부풀게 했다.

씹을수록 담백한
세상이 추첨함 속으로
던져 졌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쇠고기가 꿀 엿에 절어
달콤하다

노란 참외 하나
깎아 먹고 우유한잔 마시고
하얀 가래떡 한 입 베어먹고
모로 누워 잠든

아내의 잔등이
베이지 색 잠의 물결 출렁이며
선명하게 그려지는
오후

둘이서 지켜 가는
삶의 둥지에 오월 햇살이
너무 밝다.

-김광선-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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