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여 더 한층 의지가 굳세라
동무여
더 한층
의지(意志)가
굳세라
빈 주먹을
들어
큰 뜻과
싸우겠다고,
동무가
이곳을 떠나든
그날밤,
정거장
개찰구(改札口) 앞에서
힘있게 잡었던
뜨거운 손의
맥박(脈搏)
말없이
번뜻거리든
두 눈알의 힘!
프랫트폼에
떨고 있는 전등불
밑으로
걷던 뒷모양!
아하,
꼭 감은 눈앞에
다시 나타나는구나.
그것은 벌서
지난 겨울의
일,
지금은
검은 연기 속에
묻히어
희던 얼굴은
얼마나 껌어졌으며,
물렁물렁 하던
두 팔목은 어떻게나
굳어 졌는가.
이제는
그렇게 잘 울던
울음도 적어
졌겠지.
오늘은 또한
봄비 나리는
밤,
나는
가시마[貸間]한 구석에서
괴롬과 싸울 그대를
생각한다.
더러운 벽에는
노동복이 걸려
있고,
먼지 앉은
책상에는 변도곽이
놓여 있어
쓰라린
침묵(沈黙)에
사로 잡혔을
그대를
, 아하, 그대를……
그러나 동무여,
나는 믿는다.
그대는
낙심(落心)치
않고
비명(悲鳴)을
내지 않고,
그리고
새 배움을
얻으리라는
것을.
나는
지금 다시
그대를 향하여
외치나니,
더 한층
의지(意志)가
굳세라,
굳세라.
-황순원-
방가(放歌), 동경학생예술좌 문예부, 1934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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