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2

봄비 2

빠르게 흐르는
빗줄기

라일락이
밥알 같은 꽃을 매단
주위는 온통
환했다

묵은
김칫독을 들어낸
구덩이에는

겨울의
긴 뿌리가 언 채로
드러났다

채 녹지 않은
꿈이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끌려나온
흔적

이름 없는
나무들의
저 빈 가지

숱한 얼굴 속
어디에

단발머리
중학생 시절의
내가 있는지

사진첩을 펼친 듯
봄밤이 환히
어두워져
온다

-노향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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