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열쇠

세상의 문이
나를 향해
다 열려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열어보면
닫혀 있는 문이
참 많다

방문과 대문만
그런 게
아니다

자주
만나면서도
외면하며 지나가는
얼굴들

소리 없이
내 이름을 밀어내는
이데올로그들

편견으로 가득한
완고한 집들이
그러하다

등뒤에다
야유와 멸시의 언어를
소금처럼 뿌리는
이도 있다

그들의 문을 열
만능 열쇠가
내게는
없다

이 세상
많은 이들처럼

나도 그저
평범한 몇 개의
열쇠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드리는 일을
멈추진 않을
것이다

사는 동안
내내 열리지 않던
문이

나를 향해
열리는 날처럼

기쁜 날이
어디 있겠는가

문이
천천히 열리는
그 작은 삐걱임과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는
소리

희망의 소리도

그와
같으리니

-도종환-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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