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바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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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avid(데이빛)
‘Williamsburg, New York’

밤, 바람 속으로

-나희덕-

아버지
저를 업었지요.
별들이 멀리서만
반짝이던 밤

저는 눈을
뜬 듯 감은 듯
꿈도 깨지 않고
등에 업혀 이 세상
건너갔지요.

차마 눈에
넣을 수 없어서

꼭꼭 씹어
삼킬 수도 없어서
아버지 저를 업었지요.

논둑길
뱀딸기 밑에 자라던
어린 바람도
우릴 따라왔지요

어떤
행위로도
다할 수 없는
마음의 표현

업어준다는 것

내 생의 무게를
누군가
견디고 있다는 것
그것이 긴 들판
건너게 했지요.

그만 두 손
내리고 싶은

세상마저
내리고 싶은 밤에도
저를 남아 있게 했지요.

저는 자라
또 누구에게
업혔던가요.

바람이
저를 업었지요.
업다가 자주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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