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게

슬픔에게

슬픔이여
오늘은 가만히
있어라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땅을 치며
울던 대숲도

오늘은
묵언으로 있지
않느냐

탄식이여
네 깊은 속으로
한 발만 더
내려가

깃발을
내리고 있어라
오늘은

나는
네게 기약 없는
인내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더 깊고
캄캄한 곳에서
삭고 삭아

다른 빛깔
다른 맛이

슬픔을
기다리는
것이다

-도종환-

도종환시집[해인으로 가는 길]-문학동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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