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분꽃

엄마와 분꽃

엄마는
해마다
분꽃씨를 받아서

얇은 종이에
꼭꼭 싸매
두시고

더러는
흰 봉투에
몇 알씩 넣어

멀리 있는
언니들에게
선물로 보내셨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에게
엄마는

“분꽃씨를 뿌렸단다

머지않아
싹이 트고 꽃이
피겠지?”

하시며
분꽃처럼
환히 웃으셨다

많은
꽃이 피던 날
나는 오래오래
생각했다

고 까만
꽃씨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푸른 잎이
돋았는지?

어쩌면 그렇게
빨간 꽃 노란 꽃이
태어날 수
있었는지?

고 딱딱한
작은 씨알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부드러운
꽃잎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는지?

나는
오래오래

분꽃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
.
.

-이해인-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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