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장대 같은
빗줄기가 마당을
후벼파는
여름날이었다
추녀 밑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내게
아버지가
말했다
“가서 묻어라!”
빗줄기를
뚫고 가
나는
주머니 속의
모든 쇠구슬들을
끄집어 내
마당 끝의
대추나무 곁에
꼭꼭 묻었다
그날 밤도
세상이 떠내려갈 듯
비가 내렸고
천둥이 치고
벼락이 땅 위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아침이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멎고
가을 같은 깨끗한
햇살이
내렸다
눈부신
마당으로
달려나간
나는
이제
더이상 소년이
아니었다
그때
고독한 적막이
부스스
일어나
내 곁으로
아주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이시영-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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