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에 대하여

다시 시에 대하여

시의 내용은
생활의
내용

내 시에는
흙과 노동이
빚어낸

생활의 얼굴이
없다

이제
그만 쓰자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자

가자

씨를
뿌리기 위해
대지를 갈아엎는
농부의 들녘
으로

가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물과 싸우는
가뭄의 논바닥
으로

가자

추위를
막기 위해
북풍한설과 싸우는
농가의 집
으로

내 시의
기반은 대지다

그 위를
찍어내리는
곡괭이와 삽의
노동이고

노동의 열매를
지키기 위한
피투성이의
싸움이다

대지 노동 투쟁—-

생활의
이 기반에서
내가 발을
떼면

내 시는
깃털 하나
들어올리지
못한다.

보라

노동과
인간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의 적과
싸우는 이 사람을

피와 땀과
눈물로 빚어진

이 사람의
얼굴을

-김남주·시인-
(1946-1994)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