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요즘 애들
프린터기가
또 말썽이다
이 애물단지를
버리든가
고치든가
이게
대기업의
수준인가요?
하루에
기본 다섯 번을
1층에서 2층으로
걸어야 하는
에스컬레이터
아니면 계단으로
왼쪽 끝
후문 쪽에서
오른쪽 끝 정문
쪽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프린터기를
하나 놔주면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될 텐데
겨우
몇 십 만원이
아까워서
사람을
갈아 버린다
두 여자는
욕이란 욕을
다 입에 담지만
차마
입을 벌리진
못한다
멋쩍게
서로한숨만
쉴 뿐
낡고
늙은 마트에
새로 생긴 텅 빈 매장의
취급은 이 정도
[자리 비움]
자기는
왜 자꾸 마음대로
자리를 비워?
일하기 싫어?
하필
매니저가
없는 날
혼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본부장이
찾아온다
억울한
아르바이트생은
그나마 매니저보다
깡다구가 있다
프린터기가
2층에 있어서
왔다 갔다 하려면
어쩔 수,
말대꾸도 하고
참 요즘 애들
무섭다
눈이 순간
흰자로 뒤덮여진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머리 빠진
본부장은 혀를
찬다
죄송합니다
속으로
본부장이 매장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입으론 여전히
–전예지–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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