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친구여 나는
시가 오지 않는
강의실에서
당대의 승차권을
기다리다 세월
버리고
더러는
술집과 실패한
사랑 사이에서
몸도 미래도
조금은 버렸다
비 내리는 밤
당나귀처럼 돌아와
엎드린 슬픔
뒤에는
버림받은
한 시대의 종교가
보이고
안 보이는
어둠 밖의 세월은
여전히 안 보인다
왼쪽 눈이 본 것을
오른쪽 눈으로
범해 버리는
붕어들
처럼
안 보이는 세월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나는 무서운 은둔에
좀먹고
고통을
고통이라
발음하게 될까 봐
고통스럽다
그러나 친구여
경건한 고통은 어느
노여운 채찍 아래서든
굳은 희망을
낳는 법
우리 너무 빠르게
그런 복음들을
잊고 살았다
이미
흘러가 버린
간이역에서
휴지와
생리대를 버리는
여인들처럼
거짓 사랑과
성급한 갈망으로
한 시절 병들었다
그러나 보라,
우리가 버림받는
곳은
우리들의
욕망에서일
뿐
진실로
사랑하는 자는
고통으로 능히
한 생애의 기쁨을
삼는다는
것을
이발소 주인은
저녁마다 이 빠진 빗을
버리는 일로 새날을
준비하고
우리
캄캄한 벌판에서
하인의
언어로
거짓 증거와
발 빠른 변절을
꿈꾸고 있을
때
친구여
가을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살아있는
나무만이
잎사귀를 버린다
-류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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