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하늘과 땅에서
얻는 것들 다
되돌려
주려고
고갯마루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
처럼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연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도종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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